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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종상 유감(有感)
    카테고리 없음 2007. 6. 14. 22:47

    갠적으로 가장 아쉬운건...개최 시기인것 같습니다.
    왠지 연말 즈임이 한해 마감의 의미를 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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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 http://news.sbs.co.kr/journalist/news_column_view.jsp?news_id=N1000268370

    대종상 유감(有感) 2007-06-11 08:18

    지난 8일 금요일 밤 제44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최우수 작품상은 지난해 5월에 개봉했지만 [다빈치 코드]와 맞붙는 바람에 전국 관객 22만 명을 모으는데 그친 '저주받은 걸작'[가족의 탄생]에 돌아갔습니다. 최고 흥행작인 [괴물]이나 [미녀는 괴로워], [타짜] 등을 제쳐 언론들은 '이변'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여고괴담2]를 민규동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김태용 감독이 두 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가족의 탄생]은 수상한(?) 가족관계라는 설정을  독특한 화법으로 풀어나가며 고두심, 문소리, 공효진, 봉태규 등 쟁쟁한 배우들의 볼만한 연기로 대안가족이라는 화두를 던져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남녀 조연상입니다. 주연으로 당당하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심혜진 씨가 여우조연상을, [타짜]에서 무시무시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김윤석 씨가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국내 유수의 영화상들은 '안전빵'으로 흥행 성적으로 검증받은 영화들을 수상작으로 결정해오는 관행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의외의 작품에 상을 준다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시상식이 끝나고 인터넷 포털을 들여다보니 스타들의 화려한 드레스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봇물을 이루더니 모 스포츠 신문이 작정하고 쓴 듯한 비판 기사가 눈에 뜨이더군요. "국내인기상도 있는데 해외인기상은 또 뭐냐? 해외인기상 여자 수상자인 김태희가 중간에 자리를 떠나버려 문근영이 대리 수상했다. 배우들이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쏜살같이 들어갔다. 아카데미 레드카펫은 영화인들 교류의 장이더라."등등 일부는 곱씹어볼만 하지만 일부는 비판을 위한 비판인 것도 있어 보입니다.



    국내 영화상들을 볼 때 흔히 비교하는 할리우드의 아카데미 상과 놓고 볼때 아쉬운 점이 많죠.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월에 걸맞는 엄청난 권위로 많은 스타와 감독들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진심어린 박수를 쳐주고 매년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상식을 꾸미는데다 세련된 수상 소감과 시상자들의 멘트, 여유로운 진행으로 눈길을 끄는데 비해 국내 영화상은 많이 나아졌지만 눈에 거슬리는 미흡한 진행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특히 편성시간의 압박으로 스탭들이 빨리 진행할 것을 주문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무대에 오른 인사들이 그 주문을언급하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보는 시청자들까지 덩달아 조급하게 만드니까요.

    현재 국내 영화상 가운데 3강을 꼽는다면 가장 오래된 [대종상] 외에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청룡영화상], MBC가 2002년 창설한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종상은 6,70 년대부터 이어내려 온 영화계 구세력의 집합체인 영화인협회가 주관하고 있고,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1990년대 대자본과 함께 충무로에 입성해 주류세력으로 성장한 비교적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인 영화인회의 세력이 주축이라고 합니다. 대종상은 SBS, 청룡은 KBS,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MBC가 각각 중계방송을 합니다. 가장 늦게 출발한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작품상 5천만 원, 주연상 2천만 원 등 모두 2~3억 원대의 어마어마한 상금으로 후발주자의 약점을 만회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세 영화상은 서로 차별화되지 않고 수상작들도 비슷비슷하고 안전빵 흥행작 위주로 선정하는 등 각각의 개성과 차별화가 부족합니다.

    국내 영화상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대종상은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 정확히는 자매회사인 SBS 프로덕션이 영화인협회, 중앙일보, 대성그룹과 공동주최하고 있어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외부의 무책임한 비판도 있지만 대종상을 더 좋게 치르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심사의 공정성 시비로 상의 권위에 먹칠을 한 부끄러운 역사가 있었습니다. 6,70년대에는 공보처, 영화진흥공사 등 관 주도로 개최하다가 80년대 후반 영화인들 최대 단체인 영화인협회가 상을 주관해왔는데 1996년에는 김호선 감독의 [애니깽]이 개봉은 물론 기자시사도 하지 않은 미완성본을 출품해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하자 거센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이 사태로 시상식 공식 후원사였던 삼성이 발을 빼는 바람에 다음해 스폰서 구하느라고 생고생을 했었는데 다행이 이듬해 쌍방울이 10년 장기 계약 스폰서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스폰서의 의지 때문에 개최장소로 무주리조트가 결정됐는데 시상식 당일 눈보라 흩날리는 무주리조트 야외에서 시상식을 거행하느라 참석자들과 스탭들이 생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98년에는 IMF 사태 여파로 쌍방울이 부도가 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 영화제가 아예 개최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6,70년대에는 일부 부문 수장작에 부상으로 외화 수입쿼터를 얹어주는 관행으로 정부가 손쉽게 영화계를 길들이는 수단화 하는데 순응하면서 힘센 몇몇 인사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상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70년대 심사기준에는 아예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는 제외한다'는 규정까지 있었습니다. 그저 그런 문예물만 만들어내던 70년대를 한국영화의 암흑기라고 부르는데 일조를 한 것이지요. 영화기자를 하면서 영화인회의와 영화인협회로 양분된 신.구세대 간의 반목과 불화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대종상을 주관하는 영화인협회는 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회복하고 단순한 시상식이 아닌 영화인과 관객들의 축제로 거듭나게 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반 관객을 심사위원단에 참여시키고 한강 둔치에서 출품작 무료상영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년 대종상이 끝나고 나면 이래저래 씹히면서 심사 부정이 다시 거론되는 모양을 보니 상의 권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또 대종상의 개최 시기도 큰 문제입니다. 날짜도 해마다 일정하지 않은데다 개최시기도 영화계의 전형적인 비수기인 5,6월에 열려 한해를 결산한다는 의미가 퇴색해버립니다. [가족의 탄생]이나 [라디오스타]같은 상을 받은 영화들에 대해 '저게 언제적 영화냐?'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연말이나 최소한 연초 설 연휴 직후인 3월 정도가 가장 적절해 보이는데 이러면 또 다른 영화상들과 겹치는 문제가 있어 주최측도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종상뿐 아니라 각종 영화상 시상식이 진정 영화인의 축제로 거듭나려면 시상식의 흥행여부를 떠나 황정민의 '밥상론'처럼 화려한 스타 배우와 제작자 등이 한해동안 고생한 무대 뒤의 스탭들에게 진정한 감사와 칭찬을 바치는 성격이 더 강화되어야 할 듯합니다. 각 지상파 방송사가 연말이면 어김없이 주최하는 연기대상이 너무 많은 상을 남발해 연기자들 섭외용 내지는 자체 잔치로 전락한 것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각 영화상들이 영화제 흥행의 성패를 배우들의 참석여부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상을 남발한다면 그 약발은 그 순간에는 먹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권위를 좀먹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전 후보에 올랐다가 상을 못받자 다음해부터 몇 년째 특정 영화제 시상식에 절대 참석하지 않는 스타급 배우도 있다고 하는데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아등바등 좁은 땅에서 부대끼며 살아오느라 여유 없어진 우리 민족성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높은 권위로 이변이 발생하면 의혹의 눈초리 대신 즐거운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남상석 기자 ss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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